23년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11일 법정에 서게 된 전두환 씨(88)을 상대로 현재까지 검찰이 환수한 추징금이 절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3년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11일 법정에 서게 된 전두환 전 대통령(88)을 상대로 현재까지 검찰이 환수한 추징금이 절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박철우)는 이날까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총 2205억 원 중 53.3%에 해당하는 1175억 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아있는 추징금만 103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내란죄 및 내란목적살인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최종 선고받았다. 당시 함께 재판을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87)에 대해서는 징역 17년과 추징금 2688억 원 판결이 나왔다.

같은 해 12월 두 전 대통령은 김영삼정부의 특별사면으로 구속된지 2년여 만에 풀려났으나 추징금 환수는 22년째 진행 중이다. 검찰은 장남 재국씨(60) 명의의 경기 연천군 토지 약 800평 외에도 일가의 차명보유 토지를 매각하고 재국씨가 설립했던 시공사로부터 납부를 받는 등 추가 환수를 진행해왔다.

사면 뒤 전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은 29만원 뿐"이라며 버티려 하자 2013년 6월 국회가 이른바 '전두환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개정하면서, 같은 해 10월까지였던 환수 시효는 2020년 10월까지로 연장된 바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이 특별환수팀을 조직해 본격적인 환수에 착수하자 당시 전 전 대통령은 미납 추징금을 전액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그의 부인 이순자씨 외 2명 명의로 되어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추징금 미납으로 실거주 중인 연희동 자택이 공매에 넘어가자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18일 서울행정법원에 "제3자인 부인 이씨 명의의 재산에 대해 환수를 집행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검찰 측은 "2013년 본인들이 했던 말을 뒤집는 꼴"이라며 제3자의 범죄수익도 집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4개 필지의 토지와 건물 2채로 이뤄진 이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부쳤지만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아 지난 7일까지 총 4번째 유찰된 상황이다. 4차 공매의 최저입찰가는 최초감정가 102억3286만 원의 70%인 71억6300만2000원이 됐다.

또한 검찰은 지난 2017년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 발간을 통해 얻은 수익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도록 인세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을 받았지만, 출판사와의 계약서에 법률상 문제가 생길 경우 인세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돼 있어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환수 금액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윤철기자 honam78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