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의 평생 출산 수)은 사상 첫 연간 0.7명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현 추세로 볼 때 지난 2분기 0.7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후 3분기 0.79명에 이어 4분기도 0.7명대가 예측되고 있어서다. 15년 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는 약 380조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홍콩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낮아진 출산율이 우리 사회가 '비혼주의'와 '비혼출산'의 문제점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비혼주의'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 LG유플러스는 업계 최초로 '비혼'을 선언한 직원들에게 결혼 지원금과 동일한 수준의 비혼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비혼 여성들이 늘고 있으면서, 이들 중에는 아이를 원하는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인공수정 시술 요구에 나섰지만, 답변은 '안된다'이다.

A씨의 사례를 보면, 실제 나이는 30대 초반이었지만 난소 나이는 40대 중반, 결혼할 생각도 없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없어서 시험관 시술을 받고 싶었지만 산부인과에서 거부당했다. 거부 이유는 '현행법상 법적 혹은 사실혼 부부만 가능하다'였다. 불법이 아니라는 근거자료를 내밀면, 병원은 '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는 A씨에게 '난자는 일단 얼려놓고 나중에 결혼하면 오세요'라고 했다. A씨는 결국 난자만 냉동 보관했다. A씨는 '결혼과 출산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여성들은 한번 난자를 채취할 때 10여개씩 한다는데, 나는 3~4개 밖에 안 나와서 급한 상황이다. 임신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의 시험관 시술을 거절한 난임병원은 2년여 동안 8군데에 달한다.

지난 5월 30일 인권위는 혼인 관계의 부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9월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산부인과학회가 비혼여성의 시험관 시술 등을 제한하는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산부인과학회는 비혼 여성의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의 유무 등은 산부인과학회가 권한 없이 임의로 단정해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혼 출산과 관련해 법률적 정비 외에도 현실적 제한 상황과 사회적 수용성 제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수긍한다"면서도 "산부인과학회가 법률로 위임받은 바 없는 사안에 대해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를 제한하는 조치를 둔 것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복음법률가회와 복음의료보건인협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산부인과협회 권고사항에 대해 '편향적이고 사대주의적 관점을 지닌 인권위의 권고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지난달에 발표했는데 이유는 '약자 중의 약자인 아기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누리꾼들은 '결혼은 50, 60세에도 가능하니, 비혼 출산 지지', '본인이 책임질 수 있으면 비혼 출산 박수 받을 일', '타인의 시선이 두렵지 않으면 비혼 출산 문제없다', '태어날 아이 의사 생각해달라는데, 없으나마나한 부모보다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는 편모가 낫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현재의 비혼 여성은 임신과 출산의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들의 결정이 어떠하든 삶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비혼 여성에게도 출산의 권리, 엄마될 권리를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선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