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가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직 모임은 신중히 해야할 것 같아요."
정부가 각종 방역 지침을 큰 폭으로 완화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를 시행한 1일 오전 11시40분 광주 서구 치평동 식당가.
점심 시간을 맞아 광주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공기업에서 나온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식당을 찾아나서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와 진짜 사람 많다', '위드코로나 하긴 하나보네', '기다려야 하나?' 등을 외치며 줄지어 서 있는 식당 입구를 서성였다.
어느 한식 식당엔 손님들이 체온 측정, 출입명부 작성 등을 자연스럽게 한 뒤 들어섰으나, "자리가 없어요"라는 종업원 안내에 발길을 되돌리기도 했다.
다른 손님 일행은 식당 예약 알림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앞에서 대기표를 발급 받았다. 금세 예약이 3개 팀까지 차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집합 인원 제한 지침이 백신 접종 구분 없이 12명으로 늘면서 식탁 3개를 이어 붙인 단체석도 등장했다.
식당 주인 김모(47·여)씨는 "매출은 평소 수준이긴 하지만 좀 더 북적이는 느낌은 든다. 점심 장사만으로는 아직 위드코로나에 따른 경기 회복을 체감하진 못하겠지만 차차 나아질 거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식당 종업원 박모(37·여)씨는 "당장 매출이 오르진 않겠지만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면서 손님이 좀 더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1시가 임박한 시각에도 음식을 나르느라 눈 코 뜰 새 없던 업주 전모(55)씨는 "4명 이상 단체 손님이 확실히 늘었다. 경기가 좀 더 나아질 것 같긴 하지만 얼마나 회복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식당도 대부분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한 커피전문점 앞엔 식후 음료를 포장 구매하려는 직장인 일행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대 광주 동구 동명동 음식점 거리 일대도 활기를 띄었다.
부서 단위로 보이는 직장인들은 6~8명씩 무리를 지어 예약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과 단체복을 입은 대학생 5명이 "간만에 모였다"고 서로를 반기며 식당으로 향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자연스럽게 체온을 측정하고 QR코드·전화를 통해 출입 등록을 마쳤다.
점심 예약 문의만 5차례 받았다는 한 음식점은 8~12명 규모 단체 손님용 좌석을 마련하고자 칸막이를 치웠다.
국밥집 사장 김모(47)씨는 "위드 코로나 첫 날이라 인원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붙였다. 12명까진 아니더라도, 오늘 단체 손님이 부쩍 늘어 기분좋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위드코로나를 기념해 친한 대학 동기들 모두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과 단위 공식 행사가 점차 늘어 대학 생활을 즐길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대형 가맹사업 고깃집 운영을 맡은 점장 김모(28)씨는 "오늘 오전에만 9~10명 규모 단체 3팀 예약이 들어왔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 식당도 거의 1년 만에 12명 규모 단체 손님 예약을 받았다.
반면 배달 수요는 다소 줄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배달 기사 김모(26)씨는 "거리 두기가 3단계로 강화됐을 때는 점심 시간 내내 쉴 새 없이 배달 호출이 울렸다. 반면 오늘은 30%가량 호출이 준 것 같다. 모처럼 잠깐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모(30·여)씨는 "식당마다 단체석을 만들면서 좌석 간격이 좁아진 것 같다.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며 "감염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중이용시설은 여전히 이용하기 꺼려진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2·여)씨는 "과거에도 방역 지침을 섣불리 완화했다가 확진자가 폭증해 난리였던 적이 있었다. 각자 자발적으로 대규모 접촉 우려가 있는 모임 또는 장소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날 오전 5시를 기해 앞으로 4주간 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1단계가 시작된다.
비수도권인 광주·전남에선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12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대다수 다중이용시설은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된다. 유흥시설은 자정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단계적 일상 회복의 첫 걸음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 코로나19를 완전 극복했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개인 방역 수칙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기동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