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간호사 업무범위 조정에 손을 놓은 사이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 이른바 PA(진료보조인력)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간호사들은 국제 간호사의 날인 지난 1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동물 가면을 쓰고 간호사 불법 의료행위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 2012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상계백병원 PA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수 년째 계속돼온 ‘PA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사가 불법 의료행위로 내몰리지 않도록 PA를 근절하거나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13일 “일부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흉부외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등을 중심으로 PA가 늘어났고, 병원에서 간호사를 보내 일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PA는 불법인 만큼 합법화가 아닌 아예 근절하거나, 의사를 더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는 있지만 PA 간호사는 없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환자의 복부를 절개하는 등 의사 대신 업무를 하는 PA 간호사는 전국에 만여 명에 이른다.
반면 대형병원 의사들은 PA를 불법으로 몰아가면 병원이 마비되고 수술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의 A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전공의가 부족하고 수술 보조를 할 수 있는 의사도 뽑기 어려운 상황에서 PA가 없으면 수술을 할 수 없다”면서 “PA가 불법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B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가 부족한데 PA도 불법이라면 의사를 충원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으로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의사 간호사 업무범위 명확히 해야”…정부 개입 필요

양측이 ‘PA 합법화’를 두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선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P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2월 1차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정부는 의료계의 합의를 거쳐 의료법 시행규칙을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아 개정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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