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확산으로 고용의 질에 있어 양극화가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재택근무는 더 확산될 것이며 회사 중심이 아닌 집 중심의 생활권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문체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수영·출판진흥원)과 함께 1일 오후 '재택근무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다섯 번째 '인간과 문화 포럼'을 개최했다.

'재택근무 확산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우석훈 성결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전영민 롯데엑셀러레이터 대표의 '재택근무는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의 '재택근무는 일과 삶의 공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등이 이어졌다.

전영민 대표는 만나야 창의성이 나오고 가장 중요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해진다며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전 대표는 재택근무에 대해 "충격적인 변화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의해 결정돼 온 역사의 계단을 한 칸 올라가는 정도의 변화만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는 미래에 불시착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며 "비대면 근무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과 기대하고 상상했던 꿈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 간에 상당한 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 이유로 '인간의 본성'을 꼽았다. 그는 "인간은 관심과 스킨십을 먹고 사는 존재"라며 "협력에서 소외돼 홀로 남겨져 있다는 느낌은 죽음과 직면하는 두려움의 수준과 맞먹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재택근무의 확산은 고용의 질에 있어 양극화를 깊어지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이번에 비대면으로 가능한 직무들은 자동화가 쉽다는 걸 확인했다. 이런 직무들은 장기적으로 처우가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반면 만남에서 터져 나오는 창의성에 기반하고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해지는 직무들은 더 높은 보상을 해줄 수밖에 없다"며 "직무 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우석훈 교수는 "기업에서 재택근무의 이점은 줌 회의 등 화상 회의의 효용성과 상당 부분 겹친다"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동하지 않고 회의할 수 있고 이는 코로나 기간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21세기 수직적 위계보다는 수평적 방식의 소통을 중시하게 됐고 더 유연하며 생산성도 높은 방식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이동했다"며 "갈수록 노동 시간은 줄어들고 재택근무 비율을 높여가면서 출근하는 횟수를 줄여나가는 방식이 우리가 가게 되는 사무실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재택근무와 유연 근무의 가장 큰 사회적 편익은 출퇴근 혼잡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출퇴근 시간대 혼잡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 오염 감소는 물론이고 출퇴근 혼잡으로 인한 대규모 도로 시설 증설의 필요성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임 대표는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은 재택근무의 결과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이라며 "코로나 이후에도 이를 영구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중이며 이는 근본적인 업무형태의 변화, 물리적 오피스공간 활용 및 기업문화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역사적으로 우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모여서 일하게 된 것은 100년 정도밖에 안 된다"며 "코로나19와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한 공간에서 다 같이 일하는 풍경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활성화된다면 멀리까지 출퇴근할 일이 없어지면서 내가 살고 있는 생활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기존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더 친환경적인 생활이 가능한 근거리 생활권 문화가 형성된다"고 짚었다.

그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이고 입체적으로 도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이는 우리의 도시를 더 활기차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며 "지역 격차, 소득에 따른 격차를 해소하는 등 공공의 역할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