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소재 IT 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A씨는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눈치 보기에 바쁘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때문에 식사 메뉴별로 4명씩 조를 짜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메뉴를 늦게 선택하면 인원이 차서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한다.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퇴근 후 동료들과 식사를 하러 식당을 알아보고 있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실시 중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4명씩 따로 앉겠다며 김치찌개 집에 들어갔지만 종업원은 대번에 거절했다. 곱창집과 족발집에서도 입장을 거부 당한 이들은 아예 일행이 아닌 척하며 치킨집에 들어갔다. 일행이 아닌 듯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지 못하고 식사만 서둘러 끝낸 채 귀가했다.

2일 코로나19 방역의 주무부처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위반했다는 논란이 발생하며 직장인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3차 유행이 절정이던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12월23일부터 적용했고 정부는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의 일환으로 12월24일부터 공식화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당초 마련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에는 없던 개념으로,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을 통해 한시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적용 이후 확진자 수가 감소하며 3차 유행이 안정세로 접어들자 정부는 수차례 적용을 연장하고 4월11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내용 자체는 초헌법적이지만, 12월 말 위기 상황에서 병실이 부족하니 국민도,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 용인한 건데 지금은 조자룡 헌칼 쓰듯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모든 식당과 다중이용시설을 검사할 수는 없는 만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핵심이지만 최근엔 참여 의욕을 꺾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권덕철 장관은 직원들을 포함해 5인 이상과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으나 업무추진비 세부 집행내역에는 참석 인원을 3~4명이라고 기재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별도 분리된 공간에서 상호 교류 활동 없이 식사를 했고, 보통 먼저 이석해 장관의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점을 고려할 때 수행비서, 운전원 등의 식사는 장관 등 일행의 식사와 동일한 목적으로 공동의 활동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직장인의 경우 5인 이상의 식당 입장 자체가 불가능한 것과 대조되는 설명이다.

공적 모임과 사적 모임의 명확하지 않은 기준도 논란이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월19일 7명이서 마포구 상암동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울 마포구는 해당 모임을 방송 제작을 위한 공적 모임으로 해석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4·7 재보궐선거는 선거의 특성상 유세 과정에서 사람 간 접촉 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선거 운동원의 식사 등에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위반 논란이 반복되면 국민들의 참여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주무 장관 자체가 5인 금지를 안 지키고, 선거는 예외여서 공정성이 없다"라며 "국민에게만 지키라고 하니 자가당착에 빠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우주 교수는 "국민이 납득하고 잘 지켜야 효과가 나오는 건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 참여도가 떨어지고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뭐든지 길면 피로도가 누적되는데, 지금은 5인 제한이니까 테이블을 나누자는 식이다. 식당에서 보면 국민들도 다 모이고 있고 정부 인사들도 쪼개기로 식사를 한다"라며 "철저하게 제한을 할 필요가 있다. 선거 운동원 같은 경우도 다 같이 식사 모임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