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관련 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아동학대 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아동학대 범죄자가 집행유예 등으로 쉽게 풀려나면 안된다는 의견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21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아동학대 범죄 양형기준 개선 제안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날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아동학대 근절 필요성에 대해 면담했다.

최근 아동학대 범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아동학대 범죄사건 2391건 중 집행유예는 1069건(44.7%)이다. 이는 실형선고 382건(16%)보다 2~3배 가량 높은 것이다.

복지부가 이날 제출한 제안서는 지난해 7월 발표된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에 따라 구성된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강화 TF'에서 논의한 내용을 담았다. TF에는 법무부, 경찰청, 법률 전문가, 아동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TF는 학대 행위자가 아동의 보호자라는 점, 피해자의 방어 능력이 낮다는 점 등 아동학대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선방안을 내놨다.

개선방안은 보호자에 의한 형법상 상해 등 다양한 종류의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거나 별도의 '아동학대 범죄군'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현재 아동학대 범죄 유형 중 아동학대치사, 중상해,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 유기·방임에 대해서만 양형 기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복지법상 신체·정서적 학대가 행위자가 보호자인 경우, 6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한 경우에도 특정 가중요소를 적용하도록 제안했다.

또 통상 범죄에서 감경 요소로 고려되는 '처벌 불원' 등의 사유를 아동학대 범죄에서 적용되지 않도록 제안했다.

아울러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 결정 사유를 엄격히 적용하고, 사회복지제도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만 집행유예를 검토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통상 피고인이 구금돼 가정이 어려워질 경우 집행유예를 고려할 수 있지만, 아동학대 범죄자는 집행유예로 가정에 복귀한 후 다시 학대할 가능성이 있다.

권 장관은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에 준하는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법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