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도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이 현저히 낮았던 광주·전남에 해외 입국자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하룻새 8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우리 국민들을 차단할 수 없겠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광주·전남에서 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누적 확진자 수가 37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 8명은 광주 4명, 전남 4명이며, 지역 일일 최다 확진자 수로 집계됐다.

광주 신규 확진자 4명 중 3명은 영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격리생활 중 진단검사를 받아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른 한 명도 스페인에 다녀온 딸을 만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던 광주 17번째 환자의 밀접접촉자로 격리기간 중에 확정판정을 받았다.

전남 신규 확진자 4명 중 3명도 영국에서 입국했다. 나머지 한 명은 서울 구로만민교회 신자인 기존 확진자의 어머니다.

이처럼 해외입국자들로 인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연일 이어지면서 주요 감염 원인이 되고 있어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정부보다 높은 강도의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해외입국자들의 방문 자체를 막을 수 없 어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광주 누적 확진자 24명의 감염 경로는 해외 유입 관련자가 14명으로 가장 많고 신천지 예배 관련 9명, 원인불명 1명 등이다.

전남 확진자도 해외입국자가 7명으로 전체 누적 확진자(14명)의 절반을 차지하며, 해외 입국 관리대상자들은 앞으로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광주의 경우 유럽 입국자 의무격리 정부지침 적용 시점인 3월 22일 이후 133명이 들어왔고 미국은 3월 27일 이후 97명이 들어왔다.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545명이 입국했다고 신고했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전남에도 지난달 29일 기준 해외입국자는 유럽 81명, 미국 19명 등이다. 이들 가운데 70명은 음성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검사 중이거나 대기 중인데, 마찬가지로 유럽과 미국 이외 지역 입국자들은 별도 집계조차 없는 상태다.

해외입국자들로 인한 지역 내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이처럼 현실화하자 광주시와 전남도는 고강도 대책을 세워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입국자들에 대해 2주 자가격리 방침을 내렸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강제격리 조치까지 발동했다.

광주시는 유럽과 미국발 입국자는 생활치료센터로 입소해 3일간 의무격리하고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그 밖의 해외 입국자들은 귀가 후 2주간 의무 자가격리하도록 했다.

전남도는 한 발 더 나가 모든 해외입국자를 사흘간 강제 격리한다. 해외입국자 전원을 도에서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에 3일간 격리해 전원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까지 내렸다. 강제격리 중 양성판정이 나오면 병원으로 이송하고 음성 판정인 경우 자택에서 자가격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를 피해 귀국하고 있는 교민과 유학생 등 해외 입국자가 느는 상황에서 지역 방문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입국자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상황이 엄중한데도 일부 입국자들이 생활 치료센터 격리에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귀가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으려는 행정명령인데도 공동체의 안전보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행동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발 입국자가 시설 격리를 거부하거나 해외 입국자가 자가 격리 중 격리·신고 의무를 위반할 때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즉시 고발 조치하겠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해외입국자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지자체로서는 한계가 있지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확산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경석 기자 nicepen@pw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