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영농철을 앞둔 지역 농가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풍이 불어닥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구촌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생겨나면서 그동안 궁여지책으로 이들을 써왔던 농가들은 농번기 일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자국민 출국 제한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지연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계절근로자 4천797명 가운데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 들어오기로 한 1천500여명이 입국을 연기한 상태다. 코로나19로 항공편이 대부분 끊긴데다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간 이동 자제를 권고하면서 언제 입국할 지 기약조차 없다.

이 때문에 봄 작물 수확은 물론 벼농사 준비 등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서는 계절근로자들을 활용할 수 없어 아우성이다.

광주 남구 대촌동 농업인 A씨는 “요즘에는 부모 대신 아이들을 돌보는 조부모가 많은데 코로나19로 초·중·고교의 개학이 4월로 늦춰지면서 당장 할머니들 일손도 구하기 어려운 데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미뤄지면서 벼농사 준비를 전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시 문평면에서 시설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B씨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일손을 어렵게 구한다고 해도 농산물이 팔린다는 보장도 없어 영농 규모를 아예 줄여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일손 신규 유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그나마 있던 일손마저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국내 불법체류자 1만6천여 명이 자진출국하겠다고 신고했다. 대부분 근로현장에서 일했던 외국인 체류자들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크게 번진데다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서둘러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체류 질서 확립을 위해 지난해말부터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범칙금을 물리지 않으며, 재입국도 허용해주고 있다. 또한 외국인들이 온라인으로 손쉽게 자진 출국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상당수 농가들이 가파르게 오르는 임금과 농촌의 고질병인 인력난을 견디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을 인부로 써왔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농업인들은 “인력난이 극심한 농번기 때는 알음알음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고용해왔는데 올해는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인력사무소에 전화해도 작업반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푸념했다.

무안·함평·신안지역에 인력을 공급하는 목포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계절근로자들의 입국이 지연되는 데다 그나마 한국에 남아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코로나19 감염문제로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올 봄 일손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유나 기자 pwf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