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만료가 도래하면서 지난 4년동안의 선거공약 실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절반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최근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의 공약 이행도를 분석·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의원들은 총 7천616개의 공약을 내걸고 국회에 입성했지만, 지난달 임시국회 전까지 완료율은 46.8%(3천564개)로 나타났다. 19대 국회의 51.2%보다도 4.4%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번 분석은 매니페스토본부가 현역 의원들로부터 제출받은 자체평가서를 토대로 진행됐다.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5명, 총리 및 장관직 4명, 평가서 미제출자 27명을 제외한 217명이 분석 대상이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공약을 국정·지역·입법·재정 등 유형별(중복 가능)로 분류했고, 본회의를 통과했거나 필요재정이 모두 확보된 경우(장기계획은 확보가 예정된 경우)를 완료로 분류했다. 법 제정이나 개정 또는 재정 확보가 필요하지 않은 공약은 사업종료를 완료 기준으로 삼았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완료율이 49.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자유한국당(47.7%), 대안신당(41.3%) 순이었다. 집권당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거대 양당의 공약 완료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공약 완료율이 낮은 정당은 바른미래당(25.8%), 무소속 의원(26.4%), 정의당(29.6%) 등이었다. 정당 규모가 작고 상임위 위원수가 적은 것이 입법과정과 재정확보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북지역 의원들의 공약 완료율이 56.8%로 가장 높았고, 부산(55.6%), 경기(54.5%)가 뒤를 이었다. 공약 완료율이 낮은 지역은 충남(25.9%), 경남(30.6%), 전남(31.1%) 순이었다.

의원별로는 유재중 의원(부산 수영)이 100% 완료했으며, 서울 강동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총 63개의 공약을 내서 60개(95.2%)를 완료해 뒤를 이었다. 주호영(대구 수성을) 미래통합당 의원도 95.0%로 비교적 높은 완료율을 기록했다.

호남권에서는 이춘석(전북 익산갑) 민주당 의원이 46개의 공약 중 42개(91.3%)를 완료했고, 송갑석(광주 서갑) 민주당 의원이 88.2%로 뒤를 이었다. 공약 이행률 세 번째는 무소속 이정현(순천) 의원(80.0%)이다.

20대 국회 전체 의원들의 평균 공약 개수는 35.2개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많은 공약을 제시한 의원은 박정(경기 파주시을) 민주당 의원이었다. 총 116개의 공약을 내 이 중 65개(56.0%)를 완료했다. 이어 김종민(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 민주당 의원이 110개(완료율 34.6%), 강길부(울산 울주군) 무소속 의원이 101개(완료율 14.9%)의 공약을 냈다.

하지만 모든 의원이 이처럼 많은 공약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의원 중 10개 미만의 공약을 내고도 당선된 의원이 10명(민주당 4명, 한국당 4명, 새로운보수당 2명)이나 됐다. 이는 일부 유권자들이 정책보다는 정당 또는 인물에 투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약을 유형별로 살펴본 결과, 입법이 필요한 공약은 전체 공약의 15.4%(1천17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기관의 일꾼을 뽑는 선거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반면 의원들이 지역구를 대표해 국회에 입성한 만큼 지역에 국한된 공약이 전체 공약의 78.7%(5천886개)나 차지했다.

이번 평가를 통해 의정활동계획서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지난 총선에서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후보들에게 △의정활동 목표 △국정현안 과제 △상임위 및 입법활동 계획 등이 담긴 의정활동계획서를 요청했는데, 이를 제출한 의원들(194명)의 공약 완료율은 48.6%로, 그러지 않았던 후보들(44명)에 비해 10.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는 “의정활동계획서를 통해 후보들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출마했고 당선 후에 어떤 상임위원회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등의 평가가 가능하다”며 “유권자들도 의원들의 의정계획서를 꼼꼼히 살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석 기자 nicepen@pw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