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으나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종 기념행사의 차질이 우려된다. 5·18행사위원회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제40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이하 행사위)에 따르면 우선 예정된 행사를 충실하게 준비하되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대안을 마련하는 등 이른바 ‘플랜 B’를 준비하기로 했다.

행사위는 이미 지난달 2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출범식을 전격 취소했다. 당시 국내외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범식이 열리지 않으면 다른 행사들의 진행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행사위는 일단 오는 24일 다시 출범식을 갖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5·18 세계화를 위해 예정됐던 국제 행사는 정상적인 실시가 불가능해졌다. 5월 19일 실시할 예정이던 아시아포럼은 해외 참석 대상자들이 잇따라 불참 의사를 전해왔으며, 이 밖에 국내외에서 갖기로 한 각종 포럼 역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행사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예정된 행사를 충실하게 준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감염 확산이 우려되면 상황을 직시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대체 행사를 마련하는 등 ‘플랜B’를 가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행사위는 4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아 ‘기억하라 오월정신! 꽃피어라 대동세상!’을 슬로건으로 삼고 올해 열릴 5·18 기념행사의 과제와 방향성, 추진사업 등을 마련했다. 40주년 행사의 기조와 방향은 △청년들의 5·18 역사 공감 △전국·세계화 △지속성 구현 등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식을 제외하면 시민사회 단체가 주관하는 메인 행사는 5월 17일 옛 전남도청 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리는 전야제 행사다.

전야제는 1980년 5월 당시 열흘간의 민중항쟁을 서사구조로 표현하고, 동학혁명부터 촛불혁명까지 시대의 흐름을 형상화한다.

전야제 당일 금남로 일대에는 낮 12시 30분부터 민주주의와 역사, 생명, 평화, 통일, 환경 등을 주제로 한 체험 부스가 마련된다.

오후 7시 10분부터 풍물단이 광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5·18 사적지에서 전야제 장소인 금남로로 행진하는 ‘5월 풍물굿’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야제가 시작된다.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행진하며 미리 준비된 5개의 역사의 문(혁명의 촛불·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민주의 역사·위대한 광주·민중의 힘)을 차례로 통과해 본무대에 도착한다.

시민 행진 과정에서 5·18 희생자들의 모습을 본뜬 대형 종이 인형이 등장해 40년 후의 사람들과 만나는 퍼포먼스가 실행되고, 본 무대에 도착하면 대규모 노래패와 합창단이 민중가요를 합창한다.

행사위는 또 본 무대에서 아시아 지역의 민중항쟁 현장을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해 동시 생중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으면 국민대회(대동의 오월)와 민주기사의 날, 부활문화제, 청년마당 등 부대행사는 축소 또는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행사위 관계자는 “다음 달 초까지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면서 일부 행사를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결정하겠다”면서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5·18전야제도 최소한으로 치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경석 기자 nicepen@pw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