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하면서 거대 양당이 모두 비례 전문 정당을 통한 비례 의석 확보에 나섰으나 형식적으로는 각 당 모두 비례 대표 후보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은 TV(텔레비전)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고, 신문·방송·인터넷 등을 통한 정당 광고도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오는 26~27일 선관위 후보등록 마감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1~2명 등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유례가 없는 정당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권자들의 손에 쥐어지는 투표용지 역시 가장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미래통합당이 당 차원에서 1~2명 비례 후보를 낸 뒤 정당·정책 광고나 정책 토론회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지금까지 비례 전용 정당을 비판했던 민주당도 같은 방법으로 맞수를 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선거법 개정 효과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게 됐으며, 국민적 실망감도 훨씬 증폭된다.

민주당과 통합당 뿐만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기존 정당 외에도 비례대표 의석을 노리며 이른바 ‘떳다방’식 정당 창당이 줄을 잇고 있다.

통일한국당, 핵나라당, 평화통일당, 진리자유정의당, 페미당 등 28여 개 정당들이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최소 정당득표율 3% 이상이면 적어도 국회의원 4석을 얻게 돼 신생 정당들이 무더기로 선거전에 뛰어드는 것이다. 가히 비례정당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각 정당의 공약과 정책 비교, 후보자 역량 검증이 실종된 사실상 깜깜이 선거가 된다.

나아가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만을 내는 주축 정당과 비례후보만 내는 위성 정당을 구별하기 어려워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따라서 지역구 후보를 내는 정당들도 정당과 정책, 후보를 알리기 위해서는 비례후보를 낼 수 밖에 없는 현실적 고민에 직면해 있다.

다만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이 ‘꼼수 대 꼼수’로 맞서면서 소수 정당도 득표한 만큼 의석을 확보하게 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는 완전히 퇴색됐다는 비판이다.

다당제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것이 선거법 도입의 취지였지만 비례정당 꼼수가 판치면서 정치염증만 늘게 했다는 비판이다.

/김경석 기자 nicepen@pw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