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 남구 양림동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여성과 20대 아들, 80대 친정어머니 등 일가족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 1일 광주양림교회(예장 합동·계단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으며, 교회 찬양팀 연습과 토요 기도회, 수요 예배 등 교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도 나갔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더구나 아들은 이 교회에서 실시한 유·초등부 예배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아이들의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입대를 위해 대학을 휴학한 아들 A씨는 천식과 비염 등 기저질환이 있으며, 지난달 29일 밤 오한과 기침 등 이상 증세가 있었는데도 1일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유·초등부 예배와 10시30분에 시작하는 2부 예배에 모두 참석했다. A씨는 또 식당 봉사와 카페 봉사, 방송실 봉사 등에 참여했으며, 찬양팀 연습과 토요기도회, 청년부 예배, 오후 예배 찬양팀 활동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A씨 일가족이 종교활동에 매진하면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진 이유는 양림교회 측이 주일예배를 포함해 신도들의 모임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매일 수백 명씩 쏟아지는데도 적지 않은 개신교 교회들이 종교활동을 고집하고 있다. 전국 모든 천주교에서 미사를 전면 중단하고 사찰에서도 실내 법회를 취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상생활 중 비말(침)을 통해 전파되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려면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인파가 많은 실내 공간 방문을 피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조언과 정부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개신교 교회들은 활동 중단을 주저하고 있다.

우선 개신교 교회들이 주일 예배를 고수하는 이유로는 조직체계가 잘 갖춰진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개별 교회의 주임목사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개신교에도 동일한 신학적 견해를 갖춘 교단이 존재하고 있으나 교단이 교회를 통제하기 쉽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은 최근 “3월 1일과 8일 주일 예배를 다중의 회합을 피해 가정 예배나 온라인 예배로 드릴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으나, 강제성 있는 지시라기보다는 권고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유는 주일 예배 중단으로 헌금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예배를 중단한 개신교 대부분이 별도의 헌금 계좌를 개설해 신도들에게 온라인으로 주일헌금을 입금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면 이를 뒷받침한다.

나아가 개신교 교회들은 종파에 따라 서로 신도를 빼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예배가 장기간 중단되면 자칫 교회 공동체가 와해되거나 신도들이 빠져나가 회복이 힘들정도로 세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주교는 자신의 거주지에 따라 가까운 성당으로 교적을 옮겨 미사를 보는데 개신교는 그렇지 않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교회의 입장과 달리 개신교 신도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일예배 중단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종교행사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개신교인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교인의 71%는 주일 예배의 중단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였으며, ‘반대’ 입장을 보인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신앙 깊이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찬반 정도를 분석한 결과 모든 신앙층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초심자로 볼 수 있는 ‘기독교 입문층’은 찬성(88%)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반대는 7%에 불과했다. 신앙이 가장 깊은 ‘그리스도 중심층’에서도 찬성(57%)이 반대(39%)를 18%포인트 많았다.

/김경석 기자 nicepen@pw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