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4천명에 육박해지면서 온 나라가 비상인 가운데 지난달 나주에서 발생한 22번 환자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전남지역에서도 잇따라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주일 이상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으나 동선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전남도에 따르면 여수 신기동에 사는 22살 남성이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신천지예수교회 신도인 이 남성은 대구에서 학교에 다니며 지난달 16일 대구 신천지 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이튿날 가족이 사는 여수로 돌아왔으며, 일주일이 지난 같은 달 24일 대구 동구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이 남성은 여수에 와서 자가격리 통보를 받기까지 1주일이 걸렸는데 이 기간동안 동선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가격리 통보를 받기 전 비염 증세로 지역 병의원을 방문하는 등 여수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남성이 여수산단 입주업체 통근버스를 운전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형, 동생,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 가족을 통한 감염 확산도 우려된다.

앞서 지난달 28일 순천에서도 모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25세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 대구를 다녀온 이 여성은 두통과 고열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자 민간기관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는데 1차 양성반응이 나왔고,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의 2차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확진판정을 받기 전까지 여수 종화동의 한 노점에서 사주를 보고, 순천시내 미용실과 식당, 술집, 카페 등을 방문하는 등 며칠째 여수와 순천을 넘나들어 지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순천시는 일단 이 여성이 방문한 식당 등을 폐쇄하고 방역작업을 벌였으며, 밀접 접촉자들은 시에서 지정한 장소에 격리시켰으나, 이 여성이 다니는 병원은 전파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폐쇄하지 않았다.

이 여성은 광주 전남대병원 음압병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순천시는 해당 여성을 상대로 신천지 교회와 연관성을 조사하는 한편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도내 동부권에서 잇달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여수와 순천의 확진자들이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가족들 역시 생업이 있고, 나름대로 일정이 있어서 지역사회 여러 곳을 돌아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시민들의 걱정이 큰만큼 확진자는 물론 가족까지 포함해서 이동 경로를 파악한 뒤,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는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 참석자는 즉각 보건소에 자진 신고해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 신도에 대한 도내 전수조사가 전남 거주자로 한정돼 있어, 대구 거주자로 여수에 온 3번 확진자가 전수조사에서 누락된 데 따른 대응 조치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도내에서 이틀 연속 나온 만큼 지역사회 감염 차단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지금은 신속한 환자 발견과 격리만이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가장 중요하고 빠른 방법이므로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하신 분들과 도내 미확인 신천지 교회 신도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즉시 관할 보건소에 자진신고하고 안내에 따라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 조치하겠다는 후속 대응 조치도 내놨다.

아울러 신천지 교인은 아니지만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는 일반 도민들도 보건소에 방문 사실을 알리고 검사받을 것을 당부했다.

/김경석 기자 nicepen@pw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