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인 광주 4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지 전 7일동안 지역 의료기관을 출입했던 것으로 드러나 병원내 감염으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16번 환자의 딸인 18번째 환자가 광주의 한 병원에서 27일 같이 치료를 받은 적도 있어 방역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은 호흡기질환에 취약한 환자와 이들을 접촉한 의료진 사이에 연속적으로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환자와 보호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초기에 당국은 초기 병원과 환자 정보를 감추면서 오히려 더 확산이 되었고 치료를 위해 병원 응급실을 찾은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18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이 중 38명이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행히 국내 의료환경과 준비태세는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감염관리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사이 감염병관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보다 발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확진환자의 동선이나 접촉자 등 정보가 전혀 없어 시민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일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16번 환자는 4일 전남대병원에서 확진을 받기 전까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광주지역 21세기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1월 27일에는 전남대병원도 방문해 X-레이 검사 등을 받고 폐렴약을 처방받았다.

21세기병원에서는 주로 폐렴 진료 위주(폐질환 경험)로 치료를 받다가 폐렴이 악화되자 3일 전남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이후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됐다. 이 과정에서 21세기병원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남대병원의 방사선과와 응급실의 진료 라인과 같은 시간대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21세기병원에 있었던 입원환자 83명과 의료진 68명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전남대병원 의료진에 대해서도 역학 조사와 함께 바이러스 감염 유무를 살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과 광주시는 병원 CCTV를 분석하는 등 확진환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 조사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복수의 병원을 이용했기 때문에 이들을 담당했던 의료진과 같은 병원의 환자 등 지역사회의 감염 우려가 매우 높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동선과 근접 접촉자 등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석 기자 pius97@naver.com